달도 숨을 쉽니다. 커졌다 작아졌다, 모습을 드러냈다 숨겼다 순환을 반복하지요. 달의 호흡에서 비롯된 순환은 눈에 보이는 것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그것은 거대한 천체의 운행과 맞물려 밀물과 썰물을 비롯한 온갖 생태계의 순환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올해 ‘노원달빛산책’은 이렇게 커다란 순환과 우리가 들이마시고 내뱉는 작은 숨결이 만들어내는 순환을 엮어내며 출발합니다.
호흡은 서로 반대되는 것을 조화시킵니다. 숨은 무언가 뱉어내지만, 그것은 항상 다시 들이마시기 위함입니다. 안에 있던 것을 바깥으로 꺼내면서 동시에 바깥에 있는 것을 받아들이는 행위이죠. 들숨과 날숨, 음과 양이 결국 하나라는 것을 떠올립니다.
숨에서 비롯된 관점에서 보면 안과 바깥, 부분과 전체, 전통과 현대, 젊음과 늙음, 가득 찬 것과 텅 빈 것, 빛과 그림자 같이 서로 반대되는 개념은 결코 양쪽으로 나뉘지 않습니다. 그것들은 경계 없는 하나의 순환 속에 있을 뿐입니다.
이런 숨을 통해서 우리는 인간과 자연의 구분 역시 가로지를 수 있습니다. 여기 다양한 예술 작품이 펼쳐진 당현천은 인간들이 공원으로 쓰기 위해 가꾼 인공 하천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수없이 많은 동식물들의 보금자리이기도 하죠. 인간 또한 거대한 순환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는 점을 다시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속이 꽉 막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한숨 돌리면 그제야 틈이 살짝 만들어집니다. 우리가 예술 작품을 통해 만들려는 순간은 사실 그런 빈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노원달빛산책’은 이렇게 숨이라는 주제를 여러 방면으로 돌아보며 다양한 예술가, 지역공동체, 주민들, 그리고 당현천의 동식물들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모여 만들어낸 다채로운 작품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어 보세요. 여러분의 또 다른 숨결이 섞일 때마다 이곳은 새롭게 숨 쉴 것입니다.
권태현 노원달빛산책 총괄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