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조각품과 함께 ‘물멍·빛멍’

노원구 ‘달빛산책’ 관람객 30만 돌파

서울 노원구 당현천이 빛으로 물들어 산책길에 나선 주민들 발길을 붙들고 있다. 빛을 활용한 다양한 조각품이 물과 어우러진 모습이 그 광경을 바라보며 멍하게 있는 이른바 ‘물멍’ ‘빛멍’에 빠지게 한다.

노원구가 당현천 산책길에서 다양한 빛조각품을 감상할 수 있는 달빛산책을 다음달 5일까지 진행한다. 사진 노원구 제공


25일 노원구에 따르면 지난 13일 개막한 ‘노원 달빛산책’이 열흘만에 30만명 관객을 넘기며 감동을 주는 야외 공공미술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빛의 연금술’을 주제로 한 달빛산책은 상계동과 중계동 당현천 일대에서 24일간 이어진다.

2020년부터 시작돼 4회차를 맞은 달빛산책은 지난해 66만명이 다녀갔는데 올해는 하루평균 4만명이 발길을 하고 있다. 지하철 4·7호선 상계역 노원수학문화관 앞부터 7호선 중계역 들국화어린이공원 아래까지 2.5㎞ 구간에 총 42개 작품, 150점이 설치돼 있다. 시민참여 작품을 포함하면 1000여점에 달한다.

첫 구간은 ‘물과 생명의 연금술’로 꾸몄다. 생명의 근원인 물을 통해 자연과 환경을 다룬다. 크고 작은 연꽃과 6m 길이 물고기, 7m 높이 인공폭포 조형물 등을 만날 수 있다. 당현천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무지개다리도 주요 볼거리다. 사람이 다리 양쪽에서 올라 꼭대기에서 만나는 듯한 장면이 연출된다.

두번째 구간 ‘대지와 자연의 노래’는 지상에 있는 생명체와 불 관련 작품을 통해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이야기한다. 공릉동 한천중학교 학생들이 재활용품을 활용해 제작한 세상 만물을 표현한 작품 ‘삼라만상’도 이 구간에 자리잡고 있다.

3구간 ‘조화로운 우주’에서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엿볼 수 있다. 관객이 직접 작품을 완성하는 참여형 공공미술, 가족들이 참여해 제작한 작품 등이 포함돼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작품 수와 규모를 대폭 늘리고 전시 구간을 확장했다. 특히 주민 참여 폭이 넓어졌다. 발달장애인과 은둔형 청년, 다문화가정 등 주민들이 참여한 작품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노원구에 둥지를 튼 전문 작가가 함께한 ‘노원의 숲’ ‘은하수를 건넌 홍학홍학홍학’ ‘확장하는 드로잉’이 대표적이다. 구는 주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의미를 기리기 위해 축제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이들 작품을 영구적으로 남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축제 공간은 노약자 장애인 등 보행약자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당현천 바닥분수 입구쪽에 장애인택시 승강장을 마련하고 경사로를 설치했고 청년들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작품설명을 녹음했다. 오승록 구청장은 “빛으로 이루어진 기적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함께 누릴 수 있도록 기획단계부터 세심하게 신경 썼다”며 “원하는 시간에 장애인을 위한 해설이 가능하고 영어 일어 설명이 가능한 주민 해설사도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노원구는 다음달 5일 축제가 마무리될 때까지 100만명 이상이 달빛산책을 즐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초기에는 주민이 70% 정도였는데 지금은 외부 관람객이 60%로 역전됐다”며 “해마다 실험과 변화를 더하면서 공을 들였더니 서울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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