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면서 ‘문화와 자연’ 누리는 하천길

노원구 ‘당현천’ ‘노원달빛산책 축제’

연금술사의 성

7m 높이의 폭포에서 빛이 물로 떨어진다. 물이 빛이 되는 착각을 일으킨다. 당현천을 가로지르는 다리 아래에는 초승달이 내려왔다. 37개의 링이 다양한 빛을 내며 아름다운 소리마저 듣기 좋다. ‘일루전 폭포’ ‘루나 크레셴도’. 내 집 앞에 펼쳐진 대만, 독일 작가의 작품들이다.

현재 대규모 아파트 단지 사이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당현천 산책길에는 ‘노원달빛산책’이 진행 중이다. 대중성과 예술성을 갖춘 노원구 대표 축제로 2020년부터 시작해 올해도 10월13일부터 열리고 있다. 당현천 2.5㎞ 구간에서 빛의 향연이 오는 11월5일까지 24일간 펼쳐진다.

상계역 근처 노원수학문화관 앞 일루전 폭포에서 달빛을 맞으며 산책을 시작해보자. 당현천에 여의주를 문 용이 나타났다. 미르(용)는 관람객들에게 행운과 축복을 가져다주기 위해 당현천 깊숙이 몸을 감추고 시작과 중간,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한다.

‘마법사의 등대’에 잠시 올라 고래와 가오리가 반기는 바다 구경을 한다. 매일 보던 하천이 신비의 바다가 된다. 너구리와 고양이도 산책길에서 만난다. 하나로 합체하면 강력한 힘이 나온다는 바로 그 ‘퓨전’ 자세를 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제안해 전문예술인이 만든 작품이다. 한반도 모양 그림자가 마음을 울린다. 무지갯빛 용, 태극 모양을 품은 ‘태극-우로보로스’를 지나 대나무로 만든 ‘호흡’에서 잠시 멈춰 자연을 느낀다. 산책로를 따라 계속 걸어 화려한 ‘연금술사의 성’을 지나 반짝반짝 빛나는 ‘빛의 전령’ 유니콘을 타고 신비로운 세계도 다녀온다. ‘물쏙달쏙’ 당현천을 가로지르는 두 개의 반원 조형물은 물에 비쳐 완전한 달이 됐다. 빛의 기적에 감탄하게 된다.

일루전 폭포

산책의 즐거움은 미디어아트 ‘천리강산도’에서 절정에 이른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무릉도원을 보고 있노라니 세상 시름을 다 잊게 된다. 시작과 끝 그리고 중간 즈음에는 달빛 쉼터가 조성돼 있다. 하늘의 별 스무모금, 햇빛 달빛 열 매듭을 모아 만든 쉼터에서 잠시 쉬었다가 가도 좋다.

당현천은 수락산에서 발원해 중랑천으로 흐르는 3.3㎞ 길이의 하천이다.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을 맑은 물이 흐르는 자연생태 하천으로 조성한 것은 2013년이다. 2018년 ‘당현천 재탄생 사업’을 통해 노원의 대표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루나 크레센도

무장애 진입로 등 편리한 보행환경을 조성하고 그늘막, 휴게 벤치, 야외운동기구 등을 곳곳에 배치했다. 저녁 산책길에는 총 303개의 노즐을 통해 최대 25m 높이 물줄기가 쏘아 올려지는 음악분수가 가동되고, 방치됐던 당현천 복개구간은 공공미술작품과 조명을 이용해 수변 예술 명소로 거듭났다. 해마다 봄가을에는 계절별 꽃이 심어진다. 지금은 코스모스, 메밀, 국화, 백일홍이 만발한 가을이다. 지상 3.5m에서 떨어지는 3개의 꽃 폭포, 유럽의 작은 정원을 구현한 특화 화단도 볼거리다.

잘 가꾸어 놓은 산책길에는 음악과 예술을 입혔다. 당현천 위로 수상무대를 설치해 고품격 클래식 음악회가 펼쳐지고 가을마다 펼쳐지는 오색찬란한 빛 조각 축제라니! 오늘은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가족과 또는 연인과 함께 문화와 자연이 흐르는 당현천으로 산책해보는 게 어떨까?

정은선 노원구 미디어홍보담당관 주무관

사진 노원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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