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노원구 빛축제 《2023 달빛산책》, ‘노원’ 지역구를 넘어 공공미술축제장으로

오는 11월 5일까지, 당현천 2.5㎞ 구간
해외작가 참여, 시민 참여 작품 대폭 확대
‘빛조각페스티벌’로서의 정체성 강화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노원구 빛축제 《2023 달빛산책》이 개막했다. 이전 축제에 비해 규모와 기간 면에서 모든 것이 확장됐다. 국내외 작가 18인(팀)이 당현천 2.5㎞ 구간(상계역/노원수학문화관∼중계역/들국화어린이공원)에서 예술 등, 빛조각, 뉴미디어 작품 등 총42작품 150점을 선보인다. 축제 기간도 길어졌다. 지난 13일에 개막해 오는 11월 5일까지 24일간 축제의 장을 펼친다.

▲전영일공방, 강의 수호자 (사진=노원문화재단 제공)
《달빛산책》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시기, 야외 공간에서 산책을 하며 빛조각을 즐길 수 있는 워크스루(walk Through)형 축제로 시작됐다.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등으로 일상 속 피로에 시달린 구민에게 문화예술만의 위로를 전했다. 2020년 “노원 달빛산책”, 2021년 “달, 지구를 보다”, 2022년 “은하수를 건너서”라는 연속되는 주제로 팬데믹으로 지친 우리에게 위로와 치유의 장, 그리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렇게 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노원구 《달빛산책》이 완연한 엔데믹을 맞이했다.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게 된 노원구 《2023 달빛산책》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올해 노원 《달빛산책》이 꺼내든 주제는 “빛의 연금술”이다. ‘빛조각 축제’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빛이 가진 아름다움에 대해서 얘기한다.

《2023 달빛산책》은 “빛의 연금술”이란 주제로 당현천 2.5㎞ 구간을 총 세 구간으로 나눠 작품을 선보인다. ▲제1구간(음악분수~양지교) <물과 생명의 연금술> ▲제2구간(양지교~바닥분수) <대지와 자연의 노래> ▲제3구간(바닥분수~당현3교) <조화로운 우주>가 구간별 제목들이다.

지난 25일 조금 이른 시각에 《2023 달빛산책》 현장을 찾았다. 《2023 달빛산책》은 일몰시각에 맞춰 불빛이 들어온다. 25일에는 오후 5시 43분쯤 점등됐다. 전영일 예술감독을 만나 4년째 이어지고 있는 《달빛산책》의 미래를 들어봤고, 이수 예술감독과 김수정 큐레이터와 함께 빛조각 작품을 만나봤다. 당현천은 노원구민들의 굉장히 일상적인 공간이었다. 오고가는 내내 많은 구민들이 작품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UxU Studio (사진=노원문화재단 제공)
해외작가 참여, 시민참여 작품 대폭 강화

“빛의 연금술”이라는 주제로, 《2023 달빛산책》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한 우리 어린이, 청소년, 시민에게 희망과 기쁨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지금까지 은은한 ‘달빛’과도 같은 조명을 만날 수 있었다면, 올해는 좀 더 활기찬 빛깔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연금술’이란 주제에 알맞은 화려한 색과, 엔데믹을 맞이하고 앞으로의 날을 향해 가는 상징적인 색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아름다운 색이 빛나는 작품으로는 ‘가제트 공방’의 참여형 작품 <마법사의 등대>와 오색 스파크’의 <신비의 바다> 협업작이 있다. 제 1구간 <물과 생명의 연금술>에서 만날 수 있다. 두 작품은 다른 작품이지만, <마법사의 등대>에서 관객이 UV 라이트를 당현천에 비추면 이 빛이 <신비의 바다> 형광색 조형물에 반사돼 아름답게 빛나는 작품이다. <신비의 바다>는 3m의 고래들과 가오리 같은 물고기 뿐 아니라 범선, 비행기, 책 등의 보물의 오브제로 구성됐다. ‘물’이라는 공간에서 확장될 수 있는 많은 상상력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2023 달빛산책》은 ‘빛조각페스티벌’이라는 정체성을 강화하면서, 독일·대만 등 해외 작가를 초청하여 다양한 실험과 협력을 시도했고 지난 3년 간 꾸준히 선보여 왔던 시민참여형 작품을 좀 더 본격적으로 강화해 선보인다.

해외 작가 참여작으로는 대만 작가팀 ‘UxU Studio’의 이 있다. 이번 《2023 달빛산책》을 여는 작품이기도 한 은 7m 높이의 인공 폭포 조형물로, 빛이 물로 떨어지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이수 예술 감독은 “7m라는 임팩트있는 조형물로 축제의 시작을 알리면서, 제 1구간 ‘물과 생명의 연금술’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 ‘물’에 대해서도 짚고자 했다”라고 작품을 설명했다.

또한, UxU Studio의 작품은 대만 UA스튜디오(Urban Art Studio)와의 협력, 연계 프로젝트로 한국–대만 국제교류 작업의 첫 단추가 되는 작업이기도 하다. 축제기획단은 준비과정 중 대만의 ‘월진항축제’에 초청받아 참가했다. 이 과정에서 교류 작업이 시작됐고, 이후 한국 작가들도 ‘월진항축제’에 참여할 예정이다.

작품을 제작한 UxU 스튜디오는, 첸잉추, 첸콴홍 등 대만의 건축가와 공간 디자이너로 구성된 공공미술 그룹으로, 암스테르담 라이트 페스티벌과 사우디 누르 리야드 등을 통해 작품을 발표해왔다.

▲김지혜 작가 <확장하는 드로잉>  (사진=노원문화재단 제공)
이번 축제에 시민 참여 작품으로는 이채원 작가의 <노원의 숲>, 정인성 작가의 <은하수를 건넌 홍학홍학홍학>, 김지혜 작가의 <확장하는 드로잉>, 안경진 작가의 <퓨전>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김지혜 작가의 <확장하는 드로잉>은 노원에 있는 ‘일삶센터’에 소속된 은둔청년들과 함께 만든 작품이다. 청년들과 온라인 및 대면 모임을 통해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12m에 달하는 구간을 20여 개에 달하는 개별 아크릴 판의 조각으로 하나의 그림을 완성한다. 김 작가가 먼저 기초 드로잉을 마치고 반을 완성했고, 나머지 반을 은둔청년들이 이어서 완성시켰다.

개별의 존재들이 하나의 완성된 존재로 설 수 있고, 아크릴판이 시선에 따라 어떻게 겹쳐지느냐에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인간들의 관계도 은유하는 듯 하다. 작가는 각각 다른 크기의 아크릴 판에 다양한 인연과 고유의 기억을 표현했고, 함께한 청년들은 관계의 고립과 거부의 원인이 되었던 과거의 상처들을 드로잉으로 풀어냈다. 고립을 택한 청년들의 선을 통해 관람객들은 지금 사회에 필요한 관계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고, 각각의 인연과 관계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가제트공방 <마법사의등대>, 오색스파크 <신비의바다>  (사진=노원문화재단 제공)
더 깊이 있는 시민참여형 미술 제안

안경진 작가의 <퓨전>은 불암골 행복발전소 어린이, 청소년들이 주제와 구현방식을 정하고, 이를 작가가 제작해준 작업이다. 올해 《달빛산책》에서는 조금 새로운 방식의 시민참여형 작품을 만들었다. 기존의 시민참여형 작품은 작가가 구상을 하고 시민이 와서 체험을 해보는 방식으로 작품이 구현됐다면, 올해 《달빛산책》의 시민출품작의 구상자는 모두 시민이다.

예술가는 시민에게 작품을 창작하고, 구상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고 이를 토대로 시민들은 자신의 삶 속의 인상이나 문제들로 작품을 상상한다. 이를 들은 예술가는 시민의 요구대로 작품을 만들어준다. 즉 시민이 예술가를 이용하는 형태의 프로젝트다.

전영일 예술감독은 “시민이 작가를 이용하면서 작가의 위치는 낮아졌지만, 그 또한 작품의 내용이다”라며 “시민들이 예술을 체험하는 방식으로 맛만 보는 것에서 나아가 더 밀도 있는 예술 체험을 하길 바랐다.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닌 시민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서, 직접 예술가의 자리의 서볼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봤다”라며 프로젝트 방향을 설명했다.

▲안경진 작가X불암골 행복발전소 어린이, 청소년 <퓨전> (사진=노원문화재단 제공)
안경진 작가의 <퓨전>도 이러한 방식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안경진 작가는 조각작품과 그 이면에 비치는 그림자를 이용해서 작업하는 작가다. <퓨전>은 드래곤볼에서 두 캐릭터의 능력을 합체하는 동작을 하고 있는 조형물이다. 두 캐릭터는 고양이와 너구리인데, 이 조형물에 빛을 쏴서 뒤에 비치는 그림자에 비로소 작품의 의미가 담겨있다. 이 두 캐릭터의 합체 동작의 그림자는 우리 한반도의 모습이다.

작품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자신이 요구하는 바를 작가에게 강하게 전달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수정을 해달라며 작품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인터넷 밈(meme)으로 자주 보는 어떤 동작이 ‘한반도’의 모습을 향하고 있을 때, 지금 청소년들이 상상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모습이 무엇인가 느껴볼 수 있게 된다. 동시에 청소년들 특유의 유쾌함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정인성 작가의 작품 <은하수를 건넌 홍학 홍학 홍학>은 작품 설치 이후, 시민들의 참여로 완성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가장 큰 홍학 조형물 옆에 작은 홍학들이 놓여있는데 시민들이 이 홍학들을 움직일 수 있다. 홍학 작품들이 밤낮 수시로, 당현천 위를 떠내려 오고 있어, 어린이들이 당현천 안의 어린 홍학을 구조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 작품은 ‘이주하는 새’로서의 홍학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어, 사실 관람객들은 홍학의 이주들을 도와주고 있는 작품이다.

▲정인성 작가 <은하수를 건넌 홍학 홍학 홍학> (사진=노원문화재단 제공)
‘노원’ 《달빛축제》에서 ‘서울’ 《달빛축제》로

작품 구간이나, 작품 수, 축제 기간의 확장으로 좀 더 본격적인 ‘빛조각 페스티벌’에 대한 포부를 내비친 《2023 달빛산책》의 방향은 어디일까. 노원문화재단 홍철욱 축제기획단장은 ‘서울’ 《달빛축제》에 대한 포부를 비췄다.

홍 단장은 “코로나시기 시작한 달빛산책이 4년간 이어져오면서, 공공미술이 시민들에게 전하는 선한 영향력을 볼 수 있었고, 실제로 노원구민이 아닌 의정부나 도봉지역에서 많은 이들이 찾아오는 것을 빅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중랑구에서 시작한 장미축제가 210만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면서 서울 장미축제로 자리 잡은 사례가 있다. 지난해 《2022 달빛산책》에는 66만 명의 관람객이 찾아줬는데, 올해는 70만에서 100만의 관람객이 찾아주길 바라고 있다. 이를 통해 공공미술축제로 확장, 국제적인 교류로도 나아가보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홍 단장은 “2.5km의 구간이기 때문에, 관람객들이 몇 번 다시 찾아주시곤 한다. 당현천에 150여 점의 작품이 설치됐고, 보는 시점마다 새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현장에 여러 번 방문해서 다양한 각도로 작품을 많이 즐겨달라”라는 바람을 전했다.

제 1회 《달빛산책》부터 예술감독을 맡아오고 있는 전 예술감독은 《달빛산책》에 한국이 가지고 있는 공동체적 특징, 협업의 방식을 담아내 차별성 있는 공공미술축제의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달빛산책은 초기부터 한지등 작품을 많이 설치해왔고, 시민 참여 작품도 지속적으로 이어왔다. 이런 여러 시도들이 향하고 있는 한국적 방향성을 중심으로 가지고 가고 싶다”라며 “공공미술은 누구를 백퍼센트 만족시킬 순 없다. 그럼에도 서로 존중하고 공공성을 생각해야 한다. 달빛산책은 작가 중심의 공공미술을 지양하고자 한다. 동시에 작가들의 역량이 더 크게 발휘될 수 있는 내실 있는 미술제로 만들어가고 싶다”라며 축제에 대한 애정과 기대를 드러냈다.

▲꿈틀 <물쏙달쏙> (사진=노원문화재단 제공)
현장 취재 중에 만난 초등학생 어린이에게 이번 《2023 달빛산책》 작품 중 어떤 것이 가장 좋았냐고 질문했다. 어린이는 “귀엽게 생긴 비둘기 작품이 좋다”라고 답했다. 작가팀 아란야(ARANNIA)의 <비두리> 작품이다. 해당 작품은 지역을 상징할 수 있는게 뚜렷하지 않은 노원구에서 구민과 작가들의 협업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원구의 새인 산비둘기를 형상화한 거대 공기 조형물로 노원구를 상징하는 색상을 사용하였고, 한 마리는 노원구를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미로 등에 태엽을 달고 있다.

아란야 작가팀은 해당 작품을 제작할 때, 혹시라도 있을 조류공포증 시민을 위해 최대한 뾰족한 부분을 지우고 깃털도 부드럽게 표현하는 배려를 담았다.

▲아란야(ARANNIA) <비두리> ⓒ서울문화투데이
한 청년은 실제로 산책을 하면서 정인성 작가의 작품 <은하수를 건넌 홍학 홍학 홍학>을 여러 번 옮겼다고 했다. 작품을 함께 만들어가는 느낌이라 즐거웠다는 소감도 전했다.

코로나 시기 구민을 위로하기 위해 시작된 축제의 새로운 비전은 시민과 함께하는 좀 더 확장된 공공미술축제였다. 《2023 달빛산책》은 시민의 일상 안에서 특별히 찾아가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작품으로, 시민들의 삶을 좀 더 여유롭게 만들어주고 있다.

출처 : 서울문화투데이(http://www.s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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